같은 카페를 2회 이상 방문하기 힘든 이유
카페 선유도원
부산 금정구 상현로 64
매일 10:00 - 22:00
잘 생각해 보면 크고 멋진 카페일수록 재방문한 기억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실 겁니다. 2회 이상 방문한 카페가 떠오른다면 종이를 꺼내 적어보십시오. 테이크아웃을 제외하고 말이죠. 저는 못 적었습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를 왜 매일 다른 카페에 앉아서 마시려고 하는 걸까요?
카페를 아지트화 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조용하고 아담한 카페가 많습니다. 매일가도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고 주인과의 소통이 필요하거나 주인이 지인일 때가 많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러하죠. 2시간에 음료를 하나씩 주문하지 않아도 눈치 안주는 주인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장면 속 등장인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이런 아지트가 아닌 이상 하나의 카페를 목적이 없이 두 번 이상 방문하는 것은 매우 드뭅니다. 그 목적은 커피를 마시거나 쉬기 위함이 아닌 또 다른 목적을 의미합니다. 공부나 업무를 위한 방문은 제외됩니다.
선동에 있는 카페 선유도원은 전 직장 근처에 있는 카페 중 그 어떤 카페보다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습니다. 인테리어도 멋지고 식음료도 맛있고요. 회동저수지를 조망하거나 산책하기도 좋은 멋진 공간입니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방문했을 때도 모두가 만족했던 곳이지요.
하지만 두 번가기는 힘듭니다. 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왜 이 좋은 카페를 두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근처의 카페들을 배회하는 걸까요. 선유도원처럼 아무리 좋은 카페도 자주 가기 힘든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카페 선유도원은 어떤 곳이야?
<건축>
부산의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기장 칠암사계의 건축을 담당한 PDM 파트너스의 작품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공간의 구성을 어떻게 하면 그곳의 자연을 건축에 담아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건축을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을 넘어 그 속의 생활을 조직하고, 그 너머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숭고한 표현이라 말하는 고성호 대표 건축가의 철학이 녹아 있는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선유도원을 방문해 보면 선동의 아름다운 산세와 물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세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각각의 공간을 오가며 선동의 풍경을 근경, 중경, 원경 등 다채로운 시선으로 온전히 만끽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카페 선유도원입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건축물의 이름 역시 신선이 노니는 무릉도원이라는 뜻을 담아 선유도원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자세한 건축에 대한 설명은 헤이팝에서 고성호 건축가를 인터뷰한 아티클을 정독해 보시기 바랍니다.
<식음료>
무릉도원의 상징인 복숭아꽃에 영감을 받은 다채로운 디저트와 다양한 음료를 제공합니다.
시그니처 음료는 달콤한 백도 복숭아 향과 꽃향을 녹여낸 밀크티와 우롱차, 콩가루와 에스프레소로 만든 미숫가루 음료 콩슈페너 등이 있습니다. 복숭아 쁘띠롤은 복숭아 모양의 디저트로 이곳의 상징적인 무릉도원의 복숭아를 시각적으로 녹여낸 작품과도 같습니다.
그 밖에도 기본적인 커피와 티, 에이드와 다양한 베이커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공간 경험>
건축가의 인터뷰를 미리 보고 방문한 터라 기대에 차 각 공간을 모두 이동해 가며 선동의 풍경과 건축을 즐겨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선동의 풍경보다 건축미에 더 눈길이 가는 공간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선동의 저수지 쪽 뷰는 볼만하지만 그 외의 풍경은 그다지 와우 포인트가 부족해 보입니다. 다른 부산의 카페에서 대체가능한 풍경이죠.
그럼에도 공간이 선동의 풍경을 최대한 담기 위한 노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부산 사람이라 크게 못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카페를 각각의 공간으로 보았을 때는 그리 넓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선동의 풍경을 잘 담아낸 탁 트인 통창 때문인지 공간이 시원하고 넓게 느껴집니다.
편안하게 걸터앉을 수 있는 공간,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는 공간, 단체석을 포함한 일반적인 소통의 공간, 루프탑까지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설계가 눈에 띕니다. 그리고 각 공간에 들어서면 무언가 새롭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조도, 창크기, 건축 재료 등의 영향을 받아 공간마다의 시그니쳐 색이 만들어지는데요. 이것이 공간마다의 차이를 선명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았던 공간은 루프탑인데요. 우거진 수풀이 마치 구름 같아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멀리 보이는 산과 물, 바람까지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은 이곳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날씨의 영향이 있었겠지만 내부 공간을 더 많이 이용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곳이 그들이 말하는 무릉도원을 가장 잘 표현한 공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루프탑은 놓치지 마시고 꼭 신선놀음 한번 해보세요. 아참, 무료 주차장이 있으니 마음껏 차량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
왜 매일 다른 카페에 앉아서 마시고 싶은 걸까
아니 이렇게 좋은 카페가 있는데 왜 우리는 매일 다른 카페를 찾아 헤매는 걸까요?
<평준화, 표준화되어가는 맛>
개인적으로 커피 맛의 차이는 크게 다르지 않고,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맛의 상향 평준화도 맞지만 재료의 신선함 또는 동일한 맛을 유지하는 표준화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블루보틀과 스타벅스가 그러하지요. 제품의 질의 상향은 기본이니까요.
어떤 카페가 맛있다 없다를 그 누가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재료와 제조과정을 뜯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죠.
한 예로 자신들이 만든 원두의 맛도 다른 원두와 구별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보다 기계가 뽑아낸 커피가 더 많았다는 블라인드 테스트도 많이 있습니다.
몇 년도 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가장 맛있는 아메리카노 브랜드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위해 블라인드 커피 테스트를 진행했었는데 우승은 던킨도너츠의 아메리카노가 차지했습니다. 기계가 자동 추출로 만든 1,900원짜리 커피였습니다.
추측해 보면 우리는 카페를 커피의 맛보다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보고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렇게 시대가 변화해 가고 있고요. 그 변화의 중심에는 평준화된 커피의 맛 또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커피 맛의 특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다른 카페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겁니다. 어쩌면 더 맛있는 커피가 아닌 더 아름다운 공간을 찾기 위해서 말이죠.
<탐험욕과 자야 표현>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탐험하려는 욕구가 이러한 행동을 동기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환경과 경험을 찾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저 역시도 다시 보지 못할 멋진 카페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카페를 물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의 탐험욕은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다양성을 추구하거나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각 카페의 분위기, 메뉴, 서비스 등이 다를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얻으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거죠. 이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고,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본능적인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욕구를 공유하고 그것을 이용해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가 자신도 모르게 발동되어지는 겁니다.
<그 외에 심리학, 마케팅학적인 이유>
- 선택의 과부하 : 다양한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선택의 과부하로 인해 고객들은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불확실성과 불편함이 생기며, 이러한 이유로 재방문을 꺼릴 수 있습니다.
- 기대치 상승 : 멋진 카페는 이미지와 인테리어로 높은 기대치를 조성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실제 체험과의 불일치로 실망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 존재의 불균형 : 크고 멋진 카페는 대개 화려한 인테리어나 디자인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나 고객 경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무시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환경만으로는 일관된 서비스와 경험을 원하는 고객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불균형은 재방문 의사를 낮출 수 있습니다.
- 반복된 경험의 부족 : 다양한 기능과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에 고객들이 한 번의 방문에서 모든 것을 경험하기 어렵다면, 재방문을 유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 간단하고 지속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은 역행하는 마케팅을 활용해 성과를 거두는 공간도 늘고 있습니다.
- 흥미 유발의 법칙 : 심리학에서 새로운 자극이나 경험이 주어졌을 때, 초기에는 강한 흥미와 반응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와 반응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너무 어려운 카페 사업
카페 평균 체류시간을 고려해 보면 고작 30분에서 1시간입니다.
이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평가받는 것은
정말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맛있는 커피의 맛을 유지하는 일.
고객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원가 대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가격 정하는 일
커피를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
잘 만들어진 카페를 홍보하는 일.
홍보를 인해 유입된 고객의 서비스 경험을 완성하는 일.
고객의 커피 맛에 대한 평가를 통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일.
다양한 경쟁자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일.
단골을 만들거나 완벽한 테이크 아웃 시스템을 만드는 일.
등등 등등 등.....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3년을 버티기가 힘들다는 이 사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버티고 이겨낸 분들에게
앞으로의 더 큰 영광이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냥 해본 계산>
예를 들어 연중무휴인 선유도원에 하루에 1,00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고 가정해 보자.
커피 등 평균 가격을 6,500원(객단가)라고 정하고 계산해 보겠다.
1,000명 x 6,500원 = 6,500,000원 = 일일 매출
6,500,000원 x 30일 = 195,000,000원 = 한 달 매출
195,000,000원 x 12개월 = 2,340,000,000 = 일 년 매출
한국 카페 평균 마진율을 각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10%~2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마진율 10%로 잡고 계산해 보면, 약 2억 정도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건축비용이 6억이라고 가정하면 약 3년간 수익은 제로가 되는 것이고 3년 뒤면 카페 건물이 자신의 것이 되긴 하겠죠.
단편적인 계산으로는 쉬워 보입니다. 이렇게 쉽게 생각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성공한 사람들마다 성공의 방식은 다르니까요.
하지만 다시 돌아가 잘 생각해 보면...
하루에 1,000명을 카페에 모아서 커피 한 잔을 먹게 만들기 위한 노력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1일 평균 1,000명의 방문객을 유입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방문객, 재료비 절감, 마케팅 비 절감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겠죠. 그냥 해본 계산입니다.
정답은 없고 그저 성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달려 나가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Fijifilm x100v
'piknic > Busan P_'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도 손목서가 : 가장 조용한 시간에 빛나는 공간 (0) | 2023.08.22 |
---|---|
뉴포트 부산 : WE SERVE GOOD MUSIC WITH COFFEE (0) | 2023.08.16 |
박태준 기념관 : 그냥 이런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 (0) | 2023.08.09 |
광안리 민락더마켓 : 기대에 못 미칠지 모르지만 없으면 아쉬울걸 (0) | 2023.08.07 |
수안커피컴퍼니 : 왜 그들은 일반 고객을 위한 브랜드 스토어를 만들었을까 (0) | 2023.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