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가능했던 10월의 분홍빛 물결 핑크뮬리
지난 10월에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가까운 경남 창원을 찾았다. 5월과 10월 연 2회 개방하는 '덕동 맑은 물 플라워가든'에서 핑크뮬리를 감상하고 사진 촬영도 재밌게 했다. 그리고 창원에서 유명한 우동, 소바 전문점 '우동한그릇'에서 푸짐한 저녁식사까지 마쳤다.
이렇게 하면 창원 덕동에서 반나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추천 데이트 코스가 완성된다. 요즘은 특별하지 않은 곳에서도 충분히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확인 중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음에 감사하며 말이다.
덕동 많은 물 플라워가든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덕동동 714-5
매일 9:30 - 17:30 (5월, 10월 연 2회 개방)
주차 도로 갓길 가능
혼자가 아닌 함께여서 가능했던 10월의 분홍빛 물결이었다. 핑크뮬리는 예뻤고, 그녀도 즐거워했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이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것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나와 달리 그녀는 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창원 덕동 많은 물 플라워가든에 와있다. 둥근 프라이팬에 꽃을 심고 그 뒤로 핑크뮬리를 뿌려 놓은 듯하다. 꾹꾹 눌러 담은 꽃전과 같았다. 이것이 맑은 물 플라워가든의 첫인상이었다. 엉뚱하지만 사실이다.
이곳저곳 누워있는 꽃들이 많았다. 그저 날이 지나 꽃이 떨어졌거나 바람에 줄기가 꺾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후 나의 발에 밟힌 꽃들을 보고 알게 되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꽃밭으로 들어온 나와 같은 방문객들에게 밟혀 쓰러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에 와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당시만 해도 쓰러진 꽃과 핑크뮬리의 잔해를 밟고 촬영에만 집중했었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핑크뮬리와 꽃밭 안에서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하루를 담기 위해서 그 누구도 꽃밭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사진을 남겨 기쁘기도 하다. 인간의 양면성을 직접 경험했다.
이 예쁜 핑크뮬리가 생태계 위해성 2등급?!
이번 기회로 핑크뮬리에 대해 좀 알게되었는데 더 이상은 핑크뮬리의 규모를 늘릴 수는 없다고 한다. 이유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위해성 2등급으로 지정된 식물에 핑크뮬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태계 위해성 2등급은 대체 뭘까?
2013년에 한국으로 옮겨진 핑크뮬리는 위해성 2등급 식물이다. 2019년에 지정되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원래 있던 친구들과 잘 공존하면 좋겠지만 가끔 핑크뮬리처럼 이민 온 친구들이 원래 있던 친구들을 위협하는 경우가 있단다. 기존의 친구들이 멸종하게 될 경우 문제가 커지는데 이를 미리 관리하기 위해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한다.
이 평가에 따르면 핑크뮬리는 위해성은 보통이지만 향후 가능성이 있어 관찰할 필요가 있어서 2등급으로 지정되었다. 식물 같은 경우 위해성이 높으면 다른 식물들이 자라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는데 핑크뮬리는 이곳저곳에 막 퍼지는 스타일도 아니고 한국의 추운 겨울을 잘 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종과 인간에게 직접 해는 끼치진 않는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2등급인 것이다.
하지만 번식력이 강하고 한번 뿌리내리면 제거가 어려워 토종 식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겨울이 더 따뜻해질 경우 핑크뮬리는 더 오래 생존하게 된다. 다행히 위해성 1등급은 아니라 당장 없애진 않겠지만 언젠가는 가을에 핑크뮬리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워낙 좋은 관광 상품 중에 하나임에도 더는 늘릴 수는 없기에 볼 수 있을 때 봐 놓도록 하자.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우동한그릇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로 706
매일 11:00 - 20:30
브레이크 타임 14:50 - 16:40
덕동 맑은 물 플라워가든에서 해가 질 때까지 있었다. 해가 져서 그런지 때가 돼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다행히도 덕동에서 우동으로 유명한 음식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다 그녀 덕분이다. 플라워가든에서 차로 1분 거리에 있는 '우동한그릇'이라는 이름의 우동, 소바 전문점이다.
후기를 보니 웨이팅이 어마어마한 맛집이라고 나와 있었다. 우동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닭튀김 우동이라는 메뉴가 있어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닭은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웨이팅을 했고 일반 우동집보다 빠르지 않은 테이블 회전에 고전했지만 드디어 자리에 앉았고 닭튀김우동 두 개, 빠네샐러드 하나 이렇게 주문을 마쳤다.
닭튀김우동
우동한그릇에 만 이천 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직접 경험한 바로는 전혀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닭다리 추가가 사천 원인데 우동만 놓고 보면 팔천 원이 되는 셈이다. 저렴하진 않지만 면은 탱글탱글하고 국물도 얼큰하다. 우동을 즐기는 분들도 좋아할 퀄리티와 푸짐한 양을 자랑한다. 그 위에 닭다리가 추가되면서 가격만큼이나 완성도 있는 한 그릇이 탄생한다. 그렇게 합리적인 가격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닭다리 맛이 미쳤다. 따끈따끈하고 큼직한 닭다리는 비주얼을 담당할 뿐 아니라 맛까지 완벽하다. 튀김옷은 바싹하고 간도 적절하다. 그냥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먹는 도중에 닭다리를 추가하시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이것이 닭다리의 맛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빠네샐러드
우동집에 빠네샐러드가 어울리기나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먹고 나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잘 어울린다. 인생 샐러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맛있다. 닭튀김우동의 상차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샐러드의 비주얼 또한 완벽 그 자체다. 맛은 달콤 상큼 아삭하다. 양상추에 그 흔한 쓴맛도 없으며, 그 밖의 과일과 채소, 야채 역시 신선하다.
샐러드와 함께 나오는 빠네는 먹기 좋게 썰어 나온다. 치즈와 특유의 샐러드 절임을 함께하면 너무 맛있는 식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생레몬을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산뜻한 맛을 샐러드에 더할 수 있다. 빠네가 샐러드와 이렇게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눈으로도 즐겁고 맛도 좋고 양도 만족스럽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고 먹으면 먹을수록 달큼한 샐러드에 두 번 세 번 반하고 말았다.
이렇게 우리의 창원 덕동 데이트는 막을 내렸다. 끝.
Fujifilm x-h1
'piknic > Gyeongnam P_'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산 카페 에밀레 : 예쁜 정원의 낮과 밤 (1) | 2023.11.17 |
---|